신경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말 대답을 따박따박 하는 아이들 있잖아요, 이것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런데 이걸 부모들이 '저저 부모한테 말이야! 무슨 저렇게 버릇없는....!' 이렇게 보기 시작하면 이 문제는 해결 안 돼요. 그래서 잘 보셔야 돼요.
상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똑똑한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성적이고 똑똑한데 약간 감성적이지는 않은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사실을 다루고자 해요. 사실을 다뤄야지만 스스로 편해요. 예를 들어, "이것 좀 해"라고 하면 "그걸 제가 왜 해야 되는데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나한테 알려달라는 거죠.
"저것 좀 옮겨"라고 하면 왜 옮겨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알고 난 다음에 하겠다라는 표현인데, 그럼 "아, 그런데 그건 알겠는데 엄마 혹시 이걸 왜 옮겨야 되는데요?" 이러면 좋겠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까 그게 안 되는 거죠, 어린 아이들은.
그래서 "제가 왜 해야 되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엄마들은 "너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 하라고 하면 해!"라고 하고, 아니는 '아니 물어본 건데.. 나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어본 건데...' 이렇게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와 아이의 사이는 계속 벌어지게 되고 아이는 멀쩡한 아이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얘가 나쁘고 버릇이 없는 아이라고 자꾸 낙인을 찍게 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돼요.
그래서 뭔가 조금 마음에 거슬리면 아이한테 물어보세요. "이유가 궁금한 거야? 하기 싫은 거야?" 그러면 아이가 "아니, 나는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이렇게 하면 "그래, 이건 이러이러해서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그럼 아이들이 "네." 이러고 해요.
그리고 아는 게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일명 똑똑이들이죠. 똑똑이들은 따져요. 그걸로 또 얘기하고 싶어해요. 왜냐하면 그럼으로써 (자기가 많이 알고 있다라는 것으로 인해) 자기의 어떠한 확신감, 효능감을 찾고 싶어하고 또 일부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도 좀 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따박따박 말을 잘 하면 일부 어른들은 "아이고, 그것 참 말도 잘하네~" 이렇게들 얘기하시거든요. 그러면 이게 칭찬이구나 싶어 집에 와서 따박 따박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부모가 "너 많이 아는구나, 아는 게 참 많네." 이런 식으로 좋게 반응을 해 주셔야 되고요. "그런데 조금 부드럽게 말해 봐. 안 그러면 좀 오해하겠다~" 이런 정도의 설명도 해 주시는 게 좋아요.
또 한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우리가 좀 생각을 해 봐야 될 이유가 있는 아이들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냥 이유 없이 반항하는 아이들.
그런데 이것도 우리가 두 가지로 나눠보자고요. 하나는 부모-자녀관계는 어쨌든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내가 너의 부모니까 너를 사랑하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너를 키워야 되겠다. 그리고 아이도 나도 부모를 존경하고 따를게요.' 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매일매일 생활하고, 이것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절대로 감시자라든가 대립의 관계라든가 이런 관계에 놓이면 안 돼요.
그런데 흔히 이렇게 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이에게 문제행동이 있으면 부모님들은 "너 그렇게 해서 중학교까지 가면 친구들이 너 싫어해." 이런 식의 말. 그러면 아이들은 "싫어하라고 그래요~" 이렇게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이 문제를 가지고 자꾸 아이와 대립의 위치에 서는 거죠.
대립은 일종의 적인데, 적이 하는 말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렇죠? 일단 안 듣고 봐야지 맞는 거죠. "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왠지 굴복을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굴욕감을 느껴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걸 안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리고 자기의 무능함을 보이면 지는 거니까 자꾸 어떠한 변명과 이유를 대서라도 자기의 논리가 맞다라는 걸 관철시키고 싶어하거든요. 사실 그런 아이들 되게 많거든요. 이런 아이들은 자꾸 말대꾸를 하겠죠. 그리고 반대의 반대로 갈 가능성이 아주 많고요.
그 다음에는 충동적인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얘기를 하면 전체 맥락이라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이 설명을 하기 위해서 많은 예도 들고 다양한 표현도 쓰지만 '아, 이건 이런 얘기다.' 이런 게 있죠. 예를 들어, "방 정리 좀 해라." 이건 '정리정돈도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다.' 이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부모가 그 얘기를 간단하게 안 해요. "너는 맨날~" 부터 시작해서 막 얘기를 하고 때로는 그 설명을 하다 보면 예가 좀 거칠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는 이걸 전체로 알아듣는 게 아니라 그 말 몇 마디를 탁 낚아채서 그걸 충동적으로 반응을 하는 거죠.
"너는 맨날 어지르니?" 이렇게 말하면 "엄마도 어지르잖아요!" 이렇게 나온다든가. "엄마가 언제 어질렀어!" 그러면 "어제요." 이렇게 나오고. "네가 언제 치운 적 있어?" 그러면 "어제는 치웠거든요." 이렇게 나오는 거죠. 그러면 엄마가 "아이고, 어쩌다 한번 가뭄에 콩 나듯..." 그러면 "그래도 어제는 치웠거든요." 이러면서 아이하고 계속 말꼬리를 잡게 되고 충동적 반응을 서로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국 이런 아이들한테는 부모가 "내가 너하고 싸우자는 게 아니고, 널 야단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엄마가 하는 말의 핵심은 정리정돈을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야. 틀린 말은 아니잖니." 이렇게 말씀하시면, 아이들은 "네," 이러거든요. 그러면 "고맙다." 이렇게 끝나셔야 돼요. 내지는 "어제는 치웠거든요." 그러면 "어, 고마워. 오늘도 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물러나줘야지 "아이고, 언제? 어쩌다 한 번." 이렇게 하지 마시고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들 고분고분하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엄마, 아빠가 무슨 말을 딱 한마디 했을 때 무조건 고개를 조아리며, 머리를 조아리며 '네, 알았어요' 하는 게 정말로 좋은 아이인 건지 거기에 대한 의문도 좀 있어요.
제가 만날 잘 하는 말이 있는데요. 약간 오해의 소지도 있지만 저는 아이들이 부모를 이겨봐야 성장한다고 얘기를 해요. 이긴다는 게 무슨 싸움을 하고 부모한테 대들고 그런 얘기가 아니고요. 늘 부모-자녀관계는 사랑을 기본으로 한 관계예요. 그렇지만 평등한 관계는 아닙니다. 부모는 늘 아이들 입장에서는 사랑하지만 어려운 존재예요. 왜냐하면 이들의 눈 밖에 나면 사랑을 못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또 사랑을 받아야지만 건강하게 크기 때문에 너무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부모는 이렇게 소중하고 내가 일정 기간 클 때까지는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모잖아요. 그런데 이 부모가 너무 어떻게 보면 비이성적으로 나온다든가 너무 화를 내면서 아이를 굴복시키려고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너무 두려워요. 그러니까 부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거든요. '네'라고 대답은 하지만 그 '네'가 '네'가 아닌 거예요. 속으로는 뭔가가 쌓이는 거잖아요. 아이들 본인이. '내가 크기만 해 봐라..' 이러는 아이도 있고,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이 집에서 안 산다.' 이런 아이들 많아요, 사실은요.
그런데 그런 아이의 부모를 만나보면 부모는 나는 정말 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선생님이시라면 얘가 자꾸 거짓말을 하는데 그걸 어떻게 둘 수가 있냐, 이렇게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일면 이해가 되지만 어쨌든 부모-자녀관계에 있어서 어떤 의사소통이라든가 정서교감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어쨌든 아이의 태도가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하는 말의 내용이 틀리지 않으면 좀 수긍을 해 주셔야 해요. 아이가 "아까 제가 그래서 알았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얘기를 하면 "알아들었다니 다행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고, 그런데 그 다음에 "조금 부드럽게 말해 봐, 이렇게 하는 게 맞지. 너 이거 부모한테 무슨 행동이야." 이러면 벌써 틀어지기 시작해요.